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 중 한 사람인 딜런 토마스(Dylan Thomas)의 "그 좋은 밤으로 순순히 가지 마세요"(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에서 낭송되어 한국에서도 유명한 시입니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은 시인이 그의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바친 비가(elegy)이지만, 시의 강렬한 메시지는 부자간의 개인적인 이야기 그 이상으로 시의 의미를 확장시킵니다.
인터스텔라에서는 3번이나 이 시가 낭송되는데요, 브랜드 박사는 죽어가는 인류를 살릴 행성을 찾아 떠나는 탐험대를 우주로 보내며 이 시를 낭송합니다. "분노하고, 분노하라"는 메세지는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담고 있는 강렬한 시구입니다.
그럼 이제 원문과 한글 번역을 감상해보겠습니다.
[한글 번역]
그 좋은 밤으로 순순히 가지 마세요,
노인이여, 저물어가는 낮에 불타고 분노하세요;
분노하세요, 저물어가는 빛에 분노하세요.
비록 현자들이 삶의 끝에서 어둠이 옳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그들의 말은 어떤 번개도 쪼개지 못했으니
그들은 그 좋은 밤으로 순순히 가지 않습니다.
선한 이들은, 그 마지막 파도 옆에 서서, 그들의 연약한 행동들이
얼마나 빛나며 푸른 만 속에서 춤을 추었는지에 울부짖으며
분노합니다, 그 저물어가는 빛에 분노합니다.
무법자들, 날아가는 태양을 잡고 노래하던
그리고, 너무 늦게, 그 길 위에서 슬퍼했음을 깨달은
그들은 그 좋은 밤으로 순순히 가지 않습니다.
죽음 가까이에서, 어두워진 시야를 가지고
멀어버린 눈이 마치 운석처럼 불타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을 보는 엄숙한 사람들은
분노합니다, 그 저물어가는 빛에 분노합니다.
그리고 당신, 나의 아버지, 그 슬픈 높이에서,
당신의 치열한 눈물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해주세요, 나는 기도합니다.
그 좋은 밤으로 순순히 가지 마세요.
분노하세요, 저물어가는 빛에 분노하세요.
[시 해석, 분석]
-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이 시는 1951년 임종을 앞둔 아버지에게 쓴 비가입니다. 시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Good night"은 죽음을 상징하는 동시에 이별을 고하는 인사말입니다. "저물어가는 빛"(the dying of the light)은 저물어가는 인생(life)을 뜻합니다.
- 화자는 현자들도, 선한이들도, 무법자들도 순순히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바로 저물어가는 빛에, 꺼져가는 자신들의 생명에 분노한다고 말합니다. 이들의 분노는 삶의 의지를 뜻하며, 이 분노를 멈추는 순간 그들은 죽음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 시는 "sad height", "Curse, bless me"등의 역설(padadox)을 사용해 삶과 죽음 사이에 혼재하는 양가성을 나타냅니다.
- 시의 마지막 연에는 전체에 걸쳐서 계속 반복되는 두 시구가 연속해서 나옵니다. 화자는 아버지인 청자에게 직접적으로 "Do not go gentl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라고 말하며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가 분노하고, 분노할 때 우리는 세상의 어떤 부조리로 너무나 순순히 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드러내고, 그것에 분노할 때에 우리는 세계의 거대한 규칙이나 구조에 굴복당하지 않고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딜런 토마스의 "그 좋은 밤으로 순순히 가지 마세요"(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은 그러므로 세상 모든 굴복하지 않는 이들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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